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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듣는 정선아라리
자연현상의
조화와 순환은 우리민족 삶의 근원이며 노래다.
李在彦/미술평론가
오늘날 우리 고유의 정서, 아름다운
미감을 탐구하는 작가들은 많아도 우리의 가락들에 심취하여 그 음률과
운치를 담아내는 작가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우리 고유의
음악이 현실 세계에서 그리 친밀하게 경험되진 않고 있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우리 것'을 많이들 외치고 있지만 사실 假裝된 혹은
상투적인 껍데기만의 '우리 것'이 많다는 사실까지 감안한다면 진정한
우리의 미감이란 함량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김정의 그림은 독보적이다.
그는 일찍부터 '아리랑 작가'로 불릴 만큼 아리랑에 심취하여 그것을
조형으로 담아내는데 정열을 쏟아왔다. 이 땅에 나는 풀 한 포기조차도
깊은 애정으로 다루고 있는 작가이다. 일견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삶의
여정 자체가 옛날 獨也靑靑하며 悠悠自適 하던 고결한 선비의 바로 그것이었다.
청년시절부터 시작된 그의 발걸음이 이 나라의 산하에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그는 이 땅의 자연을 사랑하고 깊은 교감을 나누면서 작업의
영감을 얻어왔다. 특히 그가 깊이 매료되어 있었던 곳이 강원도 정선,
영월, 평창 지역이다. 수려한 자연경관도 그렇거니와 정선아라리가 있었기에
더더욱 작가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사실 진도아리랑이나 밀양아리랑에
l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정선 아리랑을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그 담백하면서도 애잔한 가락과 시적인 압축과 해학까지 곁들인 노랫말에
깊은 감동을 받을 것이다. '심금을 울린다'는 말은 바로 이런 때 써야
될 것 같다. 감수성 예민한 작가가 그 노래를 지나칠 수 없었던 이유는
자명하다. 정선아리랑과 작가는 운명적으로 하나가 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하다. 30년 넘은 창작 생활을 통해 해 온 작업들의 반 이상이
바로 정선아리랑을 테마로 하고 있으니 그의 정선 사랑은 실로 끔찍하고
진득하다.
작가의 작품세계는 철저한 초월적
자연주의의 헌 정형을 이룬다. 우리 곁에 있는 자연대상으로부터 시작하면서
그 이면에 서려 있는 놀라운 섭리와 질서에 도달하려는 의지가 그의
그림들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자연 현상의 이면에 흐르는 우주적 조화,
운동, 氣의 순환 등의 원리를 추구하던 작가의 관심은 바로 정선아리랑에서
그 전형을 발견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의 자연적 실체와
우리의 삶의 근원이 농축된 정선아리랑을 재해석하고 형상화시키는 것이
그의 주된 관심사이다.
나의 일상
산다는 건 자연스런 것인데도 인생살이
물 흐르듯 살아가기란 쉽지가 않다. 나무 꽃처럼 때되면 피고 지는 자연스러움이
부러울 때가 있다. 그저 자연 속의 허허실실로 살아가는 백년설의 「나그네
설움」처럼 오늘도 걷는다마는....
요통을 고생해 온 나는 새벽 氣체조로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은 상추, 쑥갓, 미나리 등 채식 위주로 먹는다.
치아가 시원찮은 탓도 있지만 生氣를 만나는 즐거움 때문이다.
작업하는 건 즐거움과 괴로움이 섞여
있으나, 즐거움 쪽이 더 많다. 나비가 꽃에서 노는 것처럼 나도 그림
속에서 산다. 살아 움직임에 감사하고, 그 감사한 한 부분은 남을 위해
실천한다고 하지만 노상 부족하고 미안할 뿐이다.
요새는 40대처럼 잘 그리려는 욕심이
없어졌다. 마음 편한 그림이 좋다. 아리랑 시리즈를 그렸다. 정선, 진도를
자주 다녔다.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본조 아리랑을 자주 듣지만 불러보기도
한다. 기타로 쳐보면서 또 다른 맛을 느끼곤 한다.
어쨌든 나는 어제처럼 오늘도 헐렁한
바지입고 주변 이웃들과 나무처럼 편하고 자연스레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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